영상앨범 산 989회, 사려니숲과 큰노꼬메오름이 전한 제주의 봄 소리
KBS2 영상앨범 산 989회에서는 봄날의 제주, 사려니숲과 큰노꼬메오름, 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오름 사진작가 최경진 씨가 전하는 자연의 소리와 감동을 담아낸다. 제주의 생동감을 가득 담은 감성 산행.
일요일 아침, 그 누구보다 이른 시간에 시작되는 작은 여행이 있다. KBS2 영상앨범 산은 그런 여정을 선물하는 프로그램이다. 2025년 5월 25일 방송된 989회는 “눈부신 봄날의 섬 – 제주 사려니숲, 큰노꼬메오름”이라는 부제로, 제주의 자연을 온전히 품에 안게 한다. 이 회차를 본다는 건 단지 풍경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봄날의 공기와 향기를 느끼고, 걷는 이의 심장소리까지 따라가는 일이다.
제주의 봄은 바다와 숲, 오름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완벽한 조화다. 첫 장면은 광치기해변에서 시작된다. 썰물이 드러낸 너럭바위 위로 짙은 이끼가 깔리고, 그 위를 걷는 오름 사진작가 최경진 씨의 발걸음은 마치 초록 카펫을 밟는 듯하다. 이 해변에서 바라보는 성산일출봉의 전경은 말 그대로 압도적이다. 카메라가 그 풍경을 따라 이동할 때마다, 나는 자연스레 화면에 몰입하게 됐다. 사진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이미 가슴이 벅찼다.
성산일출봉은 제주를 대표하는 명소지만, 이번 방송은 단순한 관광 안내가 아니다. 용암이 바닷속에서 분출하며 만들어진 수성화산체의 신비로운 형성과정까지 짚어내며, 그 안에 숨겨진 지질학적 아름다움까지 전한다. 정상까지 오르는 데 약 30분, 짧지만 가파른 경사길을 따라 오른 끝에 펼쳐진 광경은 그 어떤 산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연둣빛 분화구 너머로 쪽빛 바다가 흐르고, 저 멀리 우도가 그 윤곽을 드러낸다. 그 풍경을 보며 나는 스무 살 무렵 친구들과 함께 새벽 일출을 보기 위해 올랐던 추억이 떠올랐다. 그때의 바람과 온기, 그리고 어렴풋이 남은 웃음소리가 다시금 마음을 흔들었다.
다음 여정은 사려니숲이다. 빽빽한 삼나무숲 사이로 들어서는 순간, 모든 외부 소음이 사라진다. 프로그램 속 최경진 작가가 걷는 모습은 마치 숲과 하나 된 사람 같았다. 화면에서는 풀벌레 소리, 바람소리, 나뭇잎 부딪는 소리까지 그대로 살아 있었다. 나 또한 2년 전, 이 숲을 다녀온 적이 있다. 도시에서 지친 마음을 달래려 떠났던 그 여행에서, 나는 숲속 벤치에 앉아 한참을 울었다. 아무 이유 없이. 그저, 조용하고 맑은 자연이 위로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방송을 통해 다시 본 사려니숲은 여전히 그 자리에, 묵묵히 사람들을 받아주고 있었다. 숨 가쁘게 달려온 이들에게 천천히 걷는 법을 알려주는 숲. 이 코스는 약 3시간 정도가 소요되지만, 그 시간은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짧게 느껴질 만큼 몰입하게 되는 숲속의 시간이다.
마지막 코스는 큰노꼬메오름. 그 이름조차 생소했던 이 오름은 방송을 통해 새롭게 각인되었다. 족은노꼬메오름, 궷물오름과 함께 제주 동쪽 오름 탐방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중간중간 만나는 잣성 돌담, 그리고 가파른 오름길은 땀을 요구하지만, 그 끝에서 만나는 풍경은 모든 수고를 잊게 한다. 마치 고요한 화산의 심장부에 들어선 듯, 말발굽 모양의 분화구가 펼쳐진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제주의 지형적 탄생을 설명하는 살아있는 교과서와 같았다.
개인적으로 제주 오름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새별오름이었다. 그러나 방송을 통해 본 큰노꼬메오름은 그 못지않은 감동을 주었다. 제주의 오름은 단순한 산이 아니다. 하나하나가 이야기를 품고 있고, 그 이야기 속에 걸었던 이들의 마음이 녹아 있다.
방송을 보는 내내, 마음속 깊은 곳까지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화면 너머의 자연이, 나의 숨결에 닿을 만큼 가까이 느껴졌다. 이처럼 영상앨범 산은 단순한 자연 다큐가 아니다. 그것은 마음이 다친 이들에게 자연이라는 처방을 건네는 감성 치유 프로그램이다. 제주의 봄날을 영상으로 기록한 이번 회차는,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에피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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