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테마기행 중국 야화 강남 3부 리뷰 장수의 비책, 신선처럼 살아가는 법

세계테마기행 중국 야화 강남 3부 리뷰 장수의 비책, 신선처럼 살아가는 법

 

 

EBS1 <세계테마기행> 중국 야화 강남 3부는 강남 지역에 숨겨진 장수의 지혜를 따라간다. 건륭제의 용정차, 신선거의 절경, 석문촌 죽해비인의 삶까지, 신선처럼 오래도록 멋지게 사는 법을 그려낸 감성 여행 다큐.

 

오래 사는 법에는 공식이 없다. 하지만 오랜 세월을 살아낸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공통된 태도는 있다. 바로 여유. EBS1 <세계테마기행> 중국 야화 강남 3부 장수비책, 신선도 편은 이런 삶의 태도를 따라, 강남 땅 곳곳의 전설과 지혜를 찾아 나선다.

 

5월 14일 방송된 이 편은 중국 절강성 항저우에서 시작된다. 이곳은 청나라 건륭제가 사랑했던 도시. 89세까지 장수했던 그는 하루도 차 없이는 지내지 못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차사랑의 중심엔 바로 용정차(龍井茶)가 있다. 이날 방송은 용정차의 맑고 깊은 향을 화면 너머로도 느낄 수 있게 해줄 정도로 섬세한 영상미를 자랑했다.

 

 

 

방송을 보며 나도 문득, 제주 여행 때 들렀던 차밭이 떠올랐다. 찻잎을 손으로 직접 따서 우려 마셨던 그날의 차향이 불현듯 그리워졌다. 건륭제처럼 매일 아침, 찻잔 하나로 시작하는 삶이야말로 여유의 본질일지도 모르겠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오나라의 손권이 기반을 두고 살았던 룽먼고진(龍門古鎮). 평균 수명이 30대였던 삼국시대에 70세를 넘긴 손권은 그 자체로 '장수의 상징'이다. 그의 후손들이 아직도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간다는 사실은 흥미롭고도 경이롭다. 단순한 전통 보존이 아니라, 수백 년의 생존지혜를 조용히 이어가는 방식. 어쩌면 우리도 그런 식의 삶을 다시 배워야 하지 않을까.

 

방송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신선거(神仙居)였다. 신선이 머물던 자리라는 뜻의 이곳은 진종 황제가 감탄하며 이름을 붙였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관음봉, 여의교, 남천교는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단순히 경치 좋은 여행지가 아니라, 삶의 무게를 덜고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곳이다. 영상미가 압도적이라 실제로 한 폭의 수묵화 속을 걷는 느낌이었다.

 

 

 

여기에 저장성 시먼촌(石門村)의 죽해비인, 즉 대나무 숲을 가르며 대나무순을 채취하는 사람들의 일상은 신선에 가장 가까운 현대인의 삶처럼 보였다. 자연과 가까이 호흡하고, 무리하지 않으며, 하루하루를 온전히 살아내는 삶.

 

나는 방송을 보며 장수란 결국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내느냐의 문제라는 걸 실감했다. 잘 먹고, 잘 자고, 자연을 닮은 삶을 살며, 욕심을 덜고 관계를 단단히 이어가는 삶. 그것이 신선도(神仙道)의 핵심이 아닐까?

 

사실 현대인에게 신선처럼 살라는 건 너무 낯선 말일지도 모른다. 속도와 경쟁이 일상이 된 지금, 매일 아침 용정차를 우려 마시고, 대나무 숲에서 죽순을 따며 하루를 보내는 삶은 이상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세계테마기행>은 이 모든 삶을 거창한 메시지 없이 담담히 보여준다. 그렇기에 오히려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건륭제, 손권, 죽해비인. 모두 서로 다른 시간과 배경의 인물이지만, 방송이 끝날 즈음 그들은 하나의 메시지로 모인다.

“오래 살고 싶다면, 욕심을 비워라. 그리고 자연처럼 흘러라.”

 

 

 

이날 방송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었다. 장수를 위한 음식이나 습관보다, 태도와 관계, 시간을 대하는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는 철학적 여행이었다.

 

다시 말해, 이 에피소드는 인생의 속도를 늦추고 싶은 사람에게 꼭 필요한 45분간의 힐링이다.

 

<세계테마기행>은 매번 여행이라는 포맷을 통해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날의 여정이 곧 오늘의 교훈이 되고, 그 속에 우리의 내일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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