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테마기행 마방의 기억을 따라 걷는 길 불산 차마고도에서 만난 봄의 풍경

세계테마기행 마방의 기억을 따라 걷는 길 불산 차마고도에서 만난 봄의 풍경

 

 

포랑족의 흥겨운 결혼식부터 차 한잔에 담긴 역사까지. 세계테마기행 차마고도 2부에서 만나는 불산 차마고도의 따뜻하고도 웅장한 시간.

 

3일 간 이어지는 결혼식, 잔치로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30분을 정성 들여 끓인 차 한 잔. 우리에겐 낯설고도 낭만적인 그 풍경이, 이곳에서는 삶의 한 페이지다. EBS <세계테마기행> 차마고도 2부 마방의 추억, 불산 차마고도 편은 봄기운 가득한 윈난 땅에서 다시 살아나는 마방의 기억과 사람과 차, 그리고 길이 함께 엮어온 삶의 역사를 보여준다.

 

 

 

유채꽃 바다에 숨겨진 사람 냄새

 

중국 윈난 뤄핑. 이곳은 세계 최대 규모의 유채꽃밭이 펼쳐지는 곳이다. 노란 꽃물결 사이, 소수민족 이족들의 밭이 삶의 자리를 잡고 있다. 유채꽃 향기에 섞인 고소한 향은 바로 그들이 재배한 달큰한 무 냄새. 봄밤, 꽃밭 옆에 자리를 잡고 캠핑을 하며 따뜻한 보이차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그 풍경은 그저 평화롭기만 하다.

 

 

찹쌀로 끓인 차, 후미차의 풍미

 

다음 여정지는 멍쿠(勐庫), 차마고도의 일부로 미얀마와 인도로 향하던 고대 교역의 길목이다. 이곳에서 만난 포랑족은 차를 신성하게 여긴다. 찻잎을 볶는 게 아니라, 찹쌀에 약초, 생강, 붉은 설탕까지 넣고 덖은 뒤 차처럼 우려낸다. 이것이 바로 후미차(糊米茶). 30분 넘게 정성을 들여 만들어낸 후미차 한 잔엔 한 세대의 따뜻한 숨결이 담겨 있다.

 

 

 

3일 간 이어지는 포랑족 결혼식

 

우연히 마주한 건, 잔칫날을 맞은 마을. 17살 신부와 22살 신랑의 포랑족 전통 결혼식은 무려 3일 동안 이어진다. 첫째 날은 모두가 모여 음식을 만들고, 밤이 되면 어릴 적부터 갈고닦은 칼군무가 시작된다. 새벽 3시까지 흥겨움이 멈추지 않는다. 결혼식 둘째 날, 신랑은 신부의 집으로 향한다. 단, 쉽지 않다. 신부를 만나기 전, 온 마을 사람들과 마주치며 40도 넘는 술을 나눠 마셔야 한다. 그리고 미션 클리어 후 비로소 신부를 마주한다. 포랑족 특유의 해학과 정, 그리고 격식이 어우러진 풍경이다.

 

 

쇠줄 하나에 걸린 생명, 란창강 차마고도

 

다시 여정은 계속된다. 이제 목적지는 불산 차마고도. 불산은 차마고도 중 가장 험준한 구간 중 하나이자, 마방의 눈물과 땀이 고스란히 새겨진 곳이다. 그 길 위에서 발견된 외줄 다리는 쇠줄 하나에 의지해 사람과 짐, 말이 건넌다는 상상조차 아찔하다.

 

차마고도 위를 걷던 마방들은 자연과 목숨을 맞바꾸며 교역을 이어갔다. 그 치열함은 말발굽이 닿았던 바위 틈에, 그리고 지게 자국이 남은 옛길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사라지기 전에, 더 오래 기억해야 할 불산 차마고도

 

현재 불산 차마고도가 있는 란창강 협곡은 댐 건설로 인해 곧 수몰될 예정이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절경은 단순한 자연 풍경이 아니라 역사의 한 조각으로 각인된다. 돌 하나, 버팀목 하나에 새겨진 마방의 흔적이 곧 사라진다는 사실은 왠지 모를 안타까움을 안긴다. 차마고도는 단순한 차의 길이 아닌, 그 길을 걸었던 수많은 이름 없는 이들의 삶이 녹아든 유산이기에.

 

 

찻잎 향보다 진한 사람의 향기

 

차마고도 2부는 아름다운 경관보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데 진심이다. 후미차를 끓이며 고개를 끄덕이는 할아버지, 술잔을 건네며 신랑을 테스트하는 장모님, 그리고 고된 길에서도 마방의 자긍심을 지켰던 이들. 그 하나하나가 이 다큐멘터리의 진짜 풍경이었다.

 

 

 

방송 정보 요약  

- 프로그램명: 세계테마기행  

- 에피소드: 차마고도 2부 마방의 추억, 불산 차마고도  

- 방송일시: 2025년 4월 22일(화) 오후 8시 40분  

- 출연진: 정경원 보이차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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