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맛, 토박이만 아는 진짜 밥상 한국인의 밥상이 전하는 인생 이야기

고향을 지키며 살아가는 이들의 진짜 밥상 이야기. 정선, 익산, 춘천의 토박이들이 전하는 삶과 음식의 기록. ‘한국인의 밥상’ 699회.

“고향은 그리움으로 완성되는 음식의 맛이다.”
TV 앞에 앉아 있던 나는, 조용히 이런 말을 중얼거렸다. KBS1 ‘한국인의 밥상’ 699회를 보고 있자니, 어린 시절 외할머니 집 부엌 풍경이 떠올랐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가마솥에 밥을 짓던 모습, 호롱불 아래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국그릇. 그 밥상 위엔 요란한 반찬은 없었지만, 늘 마음을 채우는 맛이 있었다.

이번 ‘한국인의 밥상’ 주제는 “토박이만 안다, 진짜 고향의 맛”.
오랜 세월 한 고장에서 뿌리 내리며 살아온 사람들. 그들이 매일 먹는 밥상은 단순한 식사가 아닌, 세월이 담긴 기록이고, 고된 삶을 견디게 한 위안이었다.
정선 산골, 시어머니에게 배운 ‘진짜’ 밥상
강원도 정선 가리왕산 자락의 오지마을. 이혜영 씨는 도시를 꿈꿨지만, 환한 미소 하나에 반해 이 깊은 산골로 시집왔다. 신혼 시절, 전기도 없는 산속 흙집에서 아이 셋을 낳고, 가마솥에 밥을 태우며 눈물로 요리를 배웠다. 그 시절 혹독하게 배운 음식이 지금은 지역을 대표하는 손맛이 되었다니, 아이러니하면서도 찡하다.

특히 시어머니 비법으로 만든 ‘닭개장’. 닭껍질과 고사리, 파만 넣어도 얼큰하게 끓였던 그 맛은 겨울 산속 사람들의 생명수였다. 상품성 없는 감자를 얼려 만든 ‘언감자떡’, 피라미를 튀겨 간식 삼던 시절. 사소한 식재료에도 삶의 지혜가 오롯이 녹아 있다. 이건 단순한 요리가 아니다. 생존이었고, 사랑이었다.

전북 웅포, 마지막 어부의 밥상
금강이 서해로 흘러드는 웅포. 한때는 포구가 번성했던 이곳에 이제는 단 한 척의 배만 남았다. 그 배를 지키는 건 나문주 씨 부부. 도시로 가자는 아내의 간절함에도 고향을 떠나지 못했던 남편. 그렇게 부부는 금강의 남은 생명을 지키며 살아간다.



그들의 밥상엔 동자개 찜과 탕, 맛조개전, 그리고 젓갈 담근 김치가 오른다. 사라져가는 풍경이지만, 그 안엔 버릴 수 없는 기억이 남아 있다. 수십 년을 함께한 동네 친구들과 먹는 밥상은 단순한 식사가 아닌, 시간의 공유다. 음식이란 결국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라는 걸 다시 느낀다.

춘천 꽃골, 고향의 막장과 꿩전
춘천의 한 산골, 봄마다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꽃 골’. 여기서 45년을 살아온 변옥철 씨는 시어머니에게 막장을 처음 배운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전통 발효식품인 막장은, 메주와 보리를 섞고 1년 이상 숙성해야 진짜 맛이 난다.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이런 깊은 맛이 아직도 이 산골에 살아있다.
봄에는 막장 넣고 산나물 넣어 끓인 ‘뽀글장’, 명절엔 야생 꿩을 곱게 다져 부치던 ‘꿩전’, 메밀 찌꺼기로 만든 ‘메밀김치국수’까지. 듣기만 해도 구수하고 짭짤한 고향의 맛이다. 지금은 잘 해 먹지 않는 음식들이지만, 그것들을 기억하는 이가 있다는 사실이 위안이 된다.

고향의 맛은 지금도 살아 있다
방송을 보며 눈물이 났다. 그리움이란 감정은 참 묘하다. 없던 허기마저 불러오고, 떠났던 시간을 다시 끌고 오기도 한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해주시던 ‘메밀 부침’과 어머니가 끓여주던 ‘무국’이 갑자기 먹고 싶어졌다. 우리는 왜 그렇게 고향의 맛에 마음을 뺏기는 걸까?

아마도 음식이라는 것이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을, 시절을 기억하게 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정선, 익산, 춘천의 토박이들은 ‘진짜 밥상’을 지키고 있었다. 변화의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한결같은 뚝심으로 말이다.

오늘 저녁, 나는 따뜻한 쌀밥에 고사리 나물을 올려 먹을 예정이다. 그 맛이 정선의 밥상 같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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