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고 볶는 여행 13화, 9기 옥순과 22기 영숙의 감정 파국 왜 이들은 싸움만 할까?

지지고 볶는 여행 13화, 9기 옥순과 22기 영숙의 감정 파국 왜 이들은 싸움만 할까?

 

 

 

나는솔로 9기 옥순과 남자 4호, 그리고 22기 영숙과 영수가 출연한 지지고 볶는 여행 13화. 폭발하는 감정선과 예측할 수 없는 관계 전개, 그 안에서 우리가 느낀 현실 연애의 씁쓸한 민낯을 조명합니다.

 

요즘 금요일 밤마다 기다려지는 웹예능이 있다. ENA에서 방영 중인 지지고 볶는 여행은, 나는솔로 시리즈의 파생작으로, 출연자들의 리얼한 감정 변화와 관계의 진폭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최근 방송된 13화에서는 나는솔로 9기 옥순과 남자 4호, 그리고 22기 영숙과 영수 커플의 파국이 제대로 폭발하며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나는 사실 이 시리즈를 처음엔 가볍게 보기 시작했지만, 갈수록 빠져들게 됐다. 이유는 명확하다.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인간관계의 갈등과 감정의 교차점이 여기에 그대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남의 연애를 보는 게 아니라, 어쩌면 우리의 연애, 우리의 대화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힘. 이게 지볶행의 진짜 매력 아닐까?

 

 

 

 

9기 옥순, "나 재수 없나?"...공감과 짜증 사이의 미묘한 감정선

 

이번 13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단연 9기 옥순의 혼잣말이다. “나 좀 재수 없나?”라는 그녀의 말은 단순한 푸념이 아니라, 스스로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싶은, 인정받고 싶다는 갈망의 표현이었다. 남자 4호와의 대화 중 본인이 열심히 설명해준 역사 이야기를 재미없어 하는 반응에 상처를 받은 듯했다.

 

사실 나도 누군가에게 진심을 다해 이야기했을 때, 상대방이 무심하게 반응하면 괜히 내가 이상한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때 느끼는 소외감은 꽤나 오래 남는다. 옥순의 그 말 한마디는 바로 그런 감정의 응어리를 건드렸다.

 

 

 

남자 4호의 침묵, 그리고 “내가 신이야?”라는 방어적인 반응

 

남자 4호는 점점 말수가 줄어들며 갈등 회피형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내가 신이야?”라는 말로 자신의 스타일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이 대사는 마치 감정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채, 다만 인정받고 싶은 욕망을 돌려 말하는 듯했다.

 

내 경험상, 연애에서 말을 줄이는 사람은 감정을 정리 중이거나 이미 포기 단계에 들어선 경우가 많았다. 남자 4호도 그런 지점에 있었던 것 같았다. 침묵은 때때로 말보다 더 큰 신호가 된다.

 

 

 

 

22기 영숙과 영수, 슈니첼로 터진 감정의 골

 

22기 커플의 싸움은 다소 일방적이다. 영숙이 주도권을 쥐고 있고, 영수는 마치 감정적 창고처럼 쌓기만 한다. 13화 예고에서 “큰일 났네”라는 영수의 한숨은 그간 쌓여온 피로감의 집약이었다. 그리고 슈니첼 사건은 그 감정의 촉매였다.

 

12화에서 영수가 슈니첼을 포장해 가겠다고 한 말이, 이후에도 계속 언급되며 감정의 불씨가 됐다. 먹는 걸로 싸운다는 말이 허언이 아닌 것이, 이 커플은 사소한 음식 하나에서도 서로를 얼마나 배려하지 않는지가 드러난다.

 

사실 나도 과거에 연인이 늦게까지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그때 단순한 밥 문제가 서운함과 외로움으로 커지며 큰 싸움으로 이어졌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이 장면이 유독 더 씁쓸하게 다가왔다.

 

 

 

 

감정의 밀당이 아닌 감정의 소모

 

옥순과 남자 4호는 격하게 싸우다가도 풀릴 때는 또 화끈하게 풀린다. 감정의 진폭이 크다는 건, 그만큼 아직 정이 남았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반면, 영숙과 영수는 감정을 교환하는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쌓기만 한다. 그래서 그들의 갈등은 더 오래, 더 깊게 남는다.

 

13화에서 옥순은 눈시울을 붉히며 “말 끊으시는 거예요?”라고 했다. 남자 4호는 “그게 내가 느낀 감정이라고!”라고 소리쳤다. 이 대사 하나하나에, 감정이 터지기 직전의 무게가 실려 있었다.

 

 

 

그럼에도 보는 사람은 재미있다?

 

참 웃긴 아이러니다. 실제라면 피곤하고 피하고 싶은 감정 소모전이, 예능 안에서는 공감과 재미로 다가온다. 그건 아마도 우리가 이들의 갈등을 남의 일로 보기 때문에 가능한 감정일 것이다. 하지만 또 동시에, 이들 안에서 나와 비슷한 감정을 발견하기에 더 몰입하게 된다.

 

 

 

지지고 볶는 여행, 그 안의 인간적인 고백

 

결국 이 웹예능은 연애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이 사람과 어떻게 오해하고, 어떻게 풀어가려 애쓰고, 어떻게 무너지는가에 대한 기록이다. 그래서 지볶행 13화는 누군가에게는 연애 예능이지만, 나에게는 인간관계에 대한 다큐멘터리로 다가왔다.

 

다음 화에선 이들이 조금이나마 감정을 풀 수 있을까. 아니면, 또 다른 파국이 기다리고 있을까. 금요일 밤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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