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달려라 명랑 세미 클래식이 흐르는 축사에서 울려 퍼지는 삶의 멜로디
KBS1 인간극장 6068~6072회 달려라 명랑 세미에서는 음대 출신 부부 박세미 씨의 특별한 시골살이를 조명한다. 프래더 윌리 증후군을 앓는 아들과 140마리 소를 돌보며 명랑하게 살아가는 그녀의 일상에 시청자들의 따뜻한 응원이 이어진다.
나는 아침 7시 50분에 TV 앞에 앉아본 게 정말 오랜만이었다. 하지만 KBS1 <인간극장> 달려라 명랑 세미 편은 그런 나조차 주저앉혀버릴 만큼 진한 울림이 있었다.
세상에 이런 가족이 있을까?
강진의 조용한 시골 마을. 클래식이 흐르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이곳엔 특별한 축사가 있다. 피아노 전공자였던 박세미 씨가 소를 키우며 살아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음악 같았다. “명랑 세미”라는 제목이 왜 붙었는지는 단 5분 만에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웃음을 잃지 않고 하루를 살아가는, 진짜 강한 사람이었다.
대학에서 피아노를, 남편은 성악을 전공했던 부부. 이 두 사람은 무려 7년의 연애 끝에 결혼했고, 원래는 광주에서 신혼을 시작했단다. 그러나 갑작스레 시아버지가 허리를 다치면서 신혼 9개월 만에 강진으로 내려와 축사를 꾸리게 됐다고 한다. 축사라니, 클래식 전공자가?
사실 나도 도시 출신이다. 서울에서 피아노 학원을 10년 넘게 다녔다. 그래서 세미 씨 이야기에 유독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피아노에서 소 똥 치우는 삶으로의 전환, 얼마나 혼란스러웠을까. 하지만 그녀는 달려라 명랑 세미라는 제목처럼, 낯선 환경 속에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았다.
더 깊은 감동은 바로 해담이에게서 왔다. 세미 씨의 둘째 아들인 해담이는 프래더 윌리 증후군이라는 희소병을 앓고 있다.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아, 식욕 조절이 힘든 질환이다. 아직 네 살밖에 안 된 아이가 그런 병을 앓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담이는 언제나 순하고 잘 웃는 아이였다. 그런 해담이를 바라보는 세미 씨와 남편의 눈빛엔 사랑이 가득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식사 시간이었다. 해담이가 밥을 두 번, 세 번 달라고 할 때마다 말없이 눈을 맞추고 설명하는 부부의 태도. 말리지 않으면 더 먹고 싶어할 테고, 말리면 아이가 속상할 것을 알면서도, 조심스럽게 단호하게 말하는 모습에서 부모의 무한한 인내와 사랑이 느껴졌다.
뿐만 아니라, 축사 일과 병행하는 그녀의 다채로운 삶도 감동이었다. 세미 씨는 진도와 강진을 오가며 합창단 반주 아르바이트를 하고, 매주 월요일엔 실버 합창단을 위해 피아노를 친다. 누구보다 바쁘고 고된 삶을 살지만, 한 번도 짜증내지 않고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밝게 만드는 그녀.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 보살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금요일마다 열리는 우시장도 또 다른 전쟁터였다. 귀하게 키운 소를 팔기 위해 나섰지만, 생각보다 좋지 않은 가격에 실망하는 남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부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때로는 낙지잡이를 나서기도 하지만 빈 통발만 가득할 때가 많았다. 어쩌면 그 씁쓸함이 이들 삶의 리듬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진도에 있는 친정을 찾는 세미 씨의 모습은 모든 엄마와 딸의 이야기처럼 따뜻했다. 딸이 오기 전날부터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하고, 딸의 웃는 얼굴을 보며 눈시울이 붉어지는 엄마. 자식을 먼저 걱정하는 마음은 시대를 불문하고 똑같았다.
사실 인간극장은 그냥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달려라 명랑 세미 편은 내게 큰 울림을 줬다. 세미 씨처럼 무한한 긍정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조금 더 따뜻해졌다.
그리고 생각했다.
우리 모두 어딘가에서는 누군가의 세미일 수 있다고.
힘들지만 달리고, 지치지만 웃고, 사랑하니까 포기하지 않는 삶.
그게 바로 우리가 사는 이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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