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와 함께 짓는 집,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조준형, 이규열 감독의 다큐멘터리 <건축학 고양이> 감상 후기
KBS1 ‘독립영화관’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영화 <건축학 고양이>는 사람과 길고양이가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집 짓기 여정을 담은 작품으로, 삶과 생명, 공존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어느 날, KBS1 ‘독립영화관’을 보다가 생각지도 못한 감동을 받았다.
<건축학 고양이>.
제목만 보고는 흔한 고양이 다큐나 아기자기한 애니메이션쯤으로 생각했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이 영화는 삶의 본질, 공존의 자세,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매우 섬세하고 따뜻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었다.
밥그릇에서 시작된 하루, 그리고 공동체의 정의
영화는 아침 8시, 뒷산 고양이 급식소로 향하는 윤선의 발걸음에서 시작된다. 나도 학창 시절, 골목 어귀에 매일 고양이 밥을 챙겨주던 할머니를 떠올렸다. 그분이 없어지자 고양이도 사라졌고, 골목은 다시 텅 비게 되었다. 그 기억이 겹쳐져서였을까, 윤선의 행동은 단순한 동물 사랑이 아닌 어떤 의무감, 더 나아가 공동체에 대한 책임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남편 윤재. 겉으로는 무심한 척하지만 뒤에서는 묵묵히 도와주는 그 모습에서, 오래된 부부의 리듬 같은 것이 느껴졌다. 둘은 생각이 다르지만, 결국은 ‘고양이와 사람 모두 행복할 수 있는 집’을 짓기로 한다.
고양이의 아지트에 사람이 집을 짓는다는 것
그 공터는 이미 동네 고양이들의 보금자리였다.
내가 살던 아파트 단지 뒷길에도 늘 고양이들이 머무는 작은 공간이 있었다. 콘크리트 틈새, 에어컨 실외기 아래, 그리고 고양이들이 미묘하게 지켜내던 그 공간은 사람들에게는 그저 ‘쓸모없는 곳’이었지만, 그들에게는 삶의 터전이었다.
영화 속 부부는 그 공간을 해치지 않으면서 집을 짓기로 한다.
건축학 개론을 연상케 할 정도로 디테일하게 설명되는 집짓기 과정은, 단순한 공사가 아니라 ‘누군가의 공간을 지켜내는 의식’처럼 보였다. 특히 콘크리트 타설 장면에서는 주변 고양이들의 이동 경로까지 고려하며 동선을 짜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갈등도 있었고, 오해도 있었지만
가장 현실적이었던 부분은 역시 부부 사이의 의견 차이였다.
윤선은 고양이를 위해 계획을 수정하자고 하지만, 윤재는 예산과 시간,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쓴다.
이 갈등이 마냥 무겁게 그려지지 않고,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편집된 점이 좋았다. 인간적인 모습이 오히려 더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특히 윤재가 “캣맘이라는 말, 꼭 좋은 뜻만은 아니잖아…”라고 말할 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누군가를 보호하는 사람에게조차 어떤 ‘조건’과 ‘도덕성’을 부여한다. 그리고 그건 때때로 너무 가혹하다.
사람, 고양이, 자연이 ‘함께’ 사는 방식
<건축학 고양이>는 단순한 고양이 다큐가 아니다.
이 영화는 건축이라는 도구를 통해 공존의 방식을 탐구하는 에세이다.
부부는 고양이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자신들의 삶의 공간도 새롭게 마련해 나간다.
서로의 경계를 무시하지 않고, 그 경계 안에서 조금씩 양보하며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
“살아있는 것은 다 뜨겁다”
영화 속 연출 의도에서 밝혔듯, 사람은 불타는 존재다. 숨을 쉬는 것도, 살아가는 것도 결국은 타는 과정이다.
그렇기에 그 불꽃이 다른 생명을 해치지 않도록,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 작품을 보고 나서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우리의 공간을 설계할 때, ‘우리만’ 생각하지 않았던 적이 있었던가.
나만 편한 구조, 나만 안전한 울타리 속에서 혹시 주변의 생명을 배제해버린 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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